델리의 의료란...

형편없다. 이 말 한마디로 충분히 요약할 수 있다. 일단 당장 눈앞에 보이는 코로나 문제는 비싼 사립병원에서는 괜찮은 편이지만, 정말로 심각한 문제라면?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뇌출혈처럼 촌각을 다투는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사람은 델리에서는 99% 죽는다. 앰뷸런스가 빨리 오지도 않고, 오더라도 도로를 가득 채운 차들은 절대로 양보따위는 해 주지 않는다.(국민들도 개새끼고, 일단 도로 상태도 개판이고..)
 병원에 도착해서도 문제다. 앰뷸런스에서 병원 응급실까지의 이송도 엉망이다. 심각한 문제=>빨리 움직여야 함 뭐 이런 공식따위가 이 인간들 대가리에 존재하지를 않는다. 무사히 응급실까지 도착했다 치더라도, 분명 견찰 너다섯 마리가 조서 쓴답시고 와서는 뇌물달라고 지랄떨 것이다. 심지어 피해자한테.  
델리에서 교통사고 두 번 경험한 후에 내가 내린 결론이 이러하다. 
올해 초에 난 교통사고 이후로 한쪽 골반이 뒤틀려서 걸을 때마다 너무 아프지만, 그렇다고 이 와중에 쉽게 병원가서 진료받기는 무섭다. 보나마나 몇달간의 치료가 필요할 텐데, 그렇게 장시간 동안 병원 치료실에 머물고 싶지도 않고... 한국 가서 치료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면 치료시기를 놓쳐서 다리를 절게 되려나... 그래도 뭐 할 수 없지... 
암튼 결론은, 후진국의 의료란 이러한 것이다. 뭐 아주대병원 케이스를 보면 한국이라고 딱히 다른 것 같지는 않지만...

인도 델리 상황- 동기 가운데 세명이 코로나로 죽었다.

제곧내....

기껏해야 30대 초반~중반 정도의 아이들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가버리다니.... 캠퍼스 내의 매점 직원도 두명 사망. 동기들의 부모, 일가친척들도 사망자가 꽤 나왔다. 심지어 교수진과 그 가족등 사이에서도 사망자 속출. 체감상으로는, 네다섯 집 건너 한 집 당 사망자가 있는 느낌이다. 전파력이 강하면 치사율이 낮고, 치사율이 높으면 전파력이 낮은 게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바이러스 상식일 텐데, 이번에는 그 상식도 틀렸나 보다. 정말 지독하다. 대체 이런 괴물을 왜 만든 거야....

인도의 판데믹과 자동화

얼마 전 광고를 봤다. 무려 식기세척기용 세제! 인도에 식기세척기라니! 매일 와서 설거지와 바닥청소를 하고 가는 메이드를 고용하면 한달에 2~3천 루피를 지불하는 것이 델리에선 일반적이다. 이 말도 안되게 저렴한 인건비란... 사회 전반적으로 이러하기 때문에 기계화, 자동화가 지연되는 측면이 있었다. 사람 시켜서 일 부리는 게 훨씬 저렴한데 누가 기계나 자동화에 투자를 하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판데믹 두둥! 격리에 제대로 신경을 쓰는 중산층 가정에선 더 이상 메이드를 고용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식기세척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려나... 결국, 저렴한 인건비로 해결보던 모든 분야에서 점차적으로 기계화, 자동화가 진전될 듯 싶다. 판데믹이 사라지면 그만큼 비숙련 노동자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겠지. 그렇다고 인도가 그들을 위한 복지제도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 나라는 결코 아닌데...

역사밸리 제현들께 의견을 구합니다- 한국의 무속신앙 연구 관련

남편이 은근히 한국에서 포닥과정을 하고 싶어하는 눈치입니다. 한국의 무속신앙 관련한 연구로요. 

궁극적으로는 포닥과정을 통해 인도의 무속신앙과의 비교연구를 진행 하려는 것 같은데, 일단 이 분야에 대해 제가 무지하여 도움을 줄 수가 없네요. 이 분야에 대해 매우 무지한 저보다는 얼음집 역사밸리 제현들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을것 같아 이렇게 여쭙게 되었습니다. 

요는, 현재 한국에서 무속신앙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학자들과 그분들의 대표적 저술에 대해 조금이라도 추천해 주신다면 매우매우매우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영어로 포닥과정이 진행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아니더라도 한국어논문을 읽을 수 있는 수준까지 남편을 갈아서라도 보내고 싶습니다! 

부디부디 댓글이 많이 달리기를 바라며...
 

마니뿌르 결혼식(Vashnovi Meitei)-Santalinus의 결혼식 장면

인도 북동부에 위치한 마니뿌르 주에는 여러 민족들이 있습니다만, 그 가운데 주류를 이루는 것은 메이테이(혹은 마이테이 처럼 발음하기도 함) 부족입니다. 메이테이는 다시 비슈누 신을 섬기는 바이슈노비 계열과 마니뿌르 토속종교(사나마히즘)를 신봉하는 두 부류로 나뉘는데, 제 남편은 바이슈노비 계열의 집안에서 자란 사람입니다. 역사적으로 마니뿌르 왕국의 중앙집권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힌두교를 차용했기 때문에 생활풍습, 전통문화의 상당한 부분이 힌두화 되어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들은 제 
결혼식 장면의 일부 입니다. 위의 사진은 불의 신 아그니를 위한 의식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산스끄리뜨어로 분명히 만뜨라를 읊기는 하지만, 뱅골리식 발음으로 읊는다는 것입니다. 웨스트 뱅갈을 통해 힌두교를 받아들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 사진은 신랑 주위를 일곱번 돌면서 꽃을 바치고(!) 절을 하는(!!!) 결혼식 장면의 일부입니다. 물론 신랑은 신부에게 절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신에게 절하며 기도하는 모습과 흡사하죠. 이 방식은 주로 북인도 식 결혼 예식스타일입니다. 마니뿌르 힌두의 결혼도 이렇게 굴욕적인 방식인 줄 알았다면 힌두식 결혼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 빌어먹을 일곱 바퀴를 돌고 나면 신랑 옆에 앉습니다. 
치마 밑으로 의자 집어넣는 거 보이시나요?
드럼통처럼 생긴 치마는 뽓로이(Potloi)라고 합니다. 뽓로이는 전통적으로는 종이와 흙, 짚을 이용해서 틀을 만들어 그 위에 조개껍질, 자수, 비즈, 거울 등으로 장식이 된 천을 덮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만, 요새는 고무를 이용해서 틀을 만든다고 합니다.   

아래의 사진은 신부가 입는 뽓로이 제작업체의 광고 사진입니다. 사서 입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대여해서 사용합니다. 


문제는 이게...과히 무겁다는 겁니다. 15~20kg 정도의 무게라고 보면 됩니다. 자꾸 여행하면서 짐 싸고 무게 재는 데에 도통한 제 느낌이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걸 아무리 허리에 묶어도 결국은 그 무게를 몸이 견뎌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쯤 되면 몸이 치마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치마가 몸을 움직이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한번 발을 잘못 디디면 계속 그쪽으로 어?!!어어어~~ 이러면서 그쪽으로 한없이 몸이 기울게 되는...
당연히 화장실은 못 가기 때문에 이걸 입기 전에 다녀와야 합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난 다음날 일가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절을 하는 모습입니다. 남자는 거의 오체투지처럼 눕다시피 해서

 절을 하고, 여자는 무릎만 꿇고서 상체를 숙이는 형태로 절을 합니다. 


심지어 절을 하면 돈을 주십니다!!!!! 설날에 절하고 돈 받는 게 익숙한 저로서는 매우 괜찮을 딜(야!);;;


식이 끝나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때가 밤 11시였나 그랬습니다. 참고로 이날 저는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얼굴 메이크업과 손톱에 약 3시간을 들였었는데... 고용되어서 온 메이크업 아티스트께서 이미 지나칠 정도로 셀프 풀 메이크업을 한 제 얼굴에 다시 손을 덧대는 바람에... 불타는 고구마처럼 진해진 블러셔와, 원치않는 눈 밑 baking....등등이 추가되었고, 때문에 제 기분은 정말 한없이 나빴더랬죠. 게다가 결혼예복을 입히러 오신 분들께서 실수를 너무 많이 하셨어요. 저 초록색 블라우스는 제대로 된 옷이 아니고 그냥 천에 가깝습니다. 그냥 신부 몸에 대고 현장에서 그 위로 바느질을 해서 옷처럼 보이게 만든 겁니다. 그 과정에서 제 팔을 사정없이 찔러대는 바늘들.... 이식 수술 마친 지 한참 되었지만 감염에 가뜩이나 민감한 제 신경을 정말 있는데로 곤두세웠습니다....

분명 인생 최고의 날이었어야 할 터인데, 그날 컨디션은 정말 인생 최악이었습니다. 결국 이 모든 스트레스가 하루 종일 누적되다가 행사가 다 끝나고 옆집에서 벌어진 결혼 축하 파티에 갔는데 - 원래 이곳 풍습에 따르면 신부는 결혼한 당일은 다른 집에 가면 안 된다고 합니다. 무한정 오픈 마인드이신 시어머니께서 허락해 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하필 거기에 온 남편의 멍청한 사촌께서 '전통은 좋은 것이다~ 우리는 무조건 전통을 따르며 살아야 한다~ 요새 사람들이 자꾸 새로운 것만 찾지만 전통만큼 좋은게 없다~~ 어쩌구 저쩌구' 틀딱같은 개소리를 시전하시길래 들이받기에 이릅니다.... 요약하자면 " 전통은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정말 전통을 전혀 바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따랐으면 난 이 자리에 앉아있지도 못했고, 고로 니가 하는 소리는 개소리고, 내가 니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여기 이 자리에 온 게 아니니 자꾸 아무 논리도 없는 헛소리를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라는 얘기를 다다다다 퍼붓고 맙니다. 뭐...그래서 제게는 결혼식날의 기억이 딱히 좋은 기억은 아닙니다.  남편도 딱히 기분좋은 날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결혼을 위해 착용한 저 하얀 바지...처럼 보이는 것은 실은 도띠 dhoti라는 것인데, 천 하나로 바지처럼 보이게 만든 옷입니다. 원래 입었던 사람이 아니면 착용하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사람을 고용해서 입히기도 하는데, 남편에게 이 옷을 입히시던 분께서 손놀림이 좀 과하셨던 모양입니다. 천을 요리조리 핸들링 하는 과정에서 남편의 성기가 몇번 닿았다는군요. 얼마나 끔찍했겠어요.....게다가 제가 남편 주위를 7번 돌면서 몸의 중심잡느라 고생하는 동안, 남편의 등이 자꾸 굽혀지자 친척 어르신께서 무릎을 대며 허리를 강제로 폈다고 합니다. 수시로요. 

암튼...  신랑 신부 그 누구도 별로 행복하지 않았던 결혼식. 결혼식 따위는 다시는 하지 않으려구요. 



1 2 3 4 5 6 7 8 9 10 다음

메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