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잡담 17. 그래도 난 소고기를 먹고 말테닷 Hun, Bharat!

델리에서 지내면서 처음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더위와 물 문제도 있었지만 음식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힌두 무슬림 모두 모여사는 학교 캠퍼스 안에서 소고기를 구할 수는 없고, 결국 양쪽의 공통분모인 머튼과 치킨만 남는데,

 머튼은 비싸니 학교안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줄창 닭고기만 먹게 되는 것이다. 입에서 닭똥냄새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무렵, 델리에서 소고기를 먹기 위해 본격적으로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얼마전 들려온 불행한 소식. 

마하라슈뜨라에서 소고기를 금지함. 미친XX) 원래 인도에서도 소고기는 불법은 아니었다. 남인도에서는 원래 힌두들도 소고기를

 먹고(브라만 제외), 전반적으로 힌두교가 아닌 사람들은 소고기 잘만 먹는다. 역사적으로도 소고기를 먹는게 터부시된 것은

 꽤 근래의 일이고.... 그렇지만 힌두교 북인도인들 사이의 지배적인 분위기는 소와 돼지는 먹거리에서 제외시키는 분위기이다. 


주재원들이야 한우까지 박스로 부쳐서 먹지만, 그건 그들의 이야기. 인도에서 유학생이 소고기를 먹으려면 현지에서 구해야

 한다.  


그런데 실은 소고기를 파는 식당은 꽤 많다. 좀 잘사는 동네 번화가에는 어김없이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나 스테이크 전문점이

 있고, 이들이 파는 것은 그 이름도 알흠다운 Beef! 이걸 갖다가 꼭 버팔로(물소)라고 우기는 힌두애들이 있는데, 웃기지 마시라,

 비프는 비프고 버프는 버프다. 먹어보면 분명히 차이가 있다. 힌두교(자기네 나라가 힌두만의 나라라고 믿고 싶겠지)인 

자기네 나라에서 소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이 수치스럽게 느껴지는지 그런 억지스러운 거짓말을 하곤 하는데, 아니, 실제로 

그렇다고 믿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당시에는 소고기가 '불법'은 아니었었다. 

소고기를 먹는 형태는 다음과 같다. 


커리. 그냥 볶아서 커리로 만들기도 하고 훈제육포처럼 가공한 것을 커리에 다시 끓이기도 한다. 여기에다 아빰

(쌀가루로 만든 팬케잌의 일종)이나 빵(모닝빵같은 형태, 보통 고아에서 많이 먹음)을 함께 먹으면 아우...끝내준다. 고아식도

 좋고 께랄라식도 좋고~


티벳식당에선 모모(만두)나 덴뚝(수제비)이나 뚝바(칼국수)에 많이 넣어서 나온다. 


이탈리아 식당이나 미국식 멕시칸 식당에선 보통 스테이크나 버거 형태로 나온다. 


무슬림 정육점에서 소고기를 사서 사과(배 대신에), 설탕, 간장, 파, 양파, 후추를 넣은 양념장에 재워서 프라이팬에 구워 

먹는다. 이건 나와 남편과 남편의 절친들이 해먹던 방식이다.  

힌두 중에도 소고기를 먹는 친구들은 많았다. 일단 인도에서도 인문, 사회학 관련해서(힌디어문학, 산스끄리뜨어 문학 제외)

 석박사 과정까지 들어온 친구들은 사고방식이 비교적 개방적인 편이라,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호기심도 강한 편이다. 

소고기를 사서 먹는다 라고 얘기하면 눈을 반짝이며 "어? 정말? 어디서 구해??????+.+????"라고 물어보는 친구들도 

많았었고 부모님은 모르시지만 자기는 소고기를 좋아한다고 말한 친구도 있었고, 아직 먹어본 적은 없지만 기회만 된다면

 먹어보고 싶다며 소고기를 사러 가는 날에는 꼭 자기에게도 연락해 달라던 친구도 있었다. 실제로 스테이크를 파는 식당을

 맨 처음 알려준 사람도 하르야나 출신 내 룸메이트.  

모디가 집권한 뒤로 점점 소고기를 불법화 하는 등 북인도 힌두적 생활방식을 강요하는 경향이 보이는데, 점점 인도를 

후진화 시키는 느낌이라 갑갑하다. 

 

덧글

  • 설봉 2015/05/12 21:57 #

    오랜만입니다!

    그나저나 소와 돼지를 터부시한다면 축산 산업에도 만만치 않은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 이쪽으로는 인도는 어떤가요?
  • santalinus 2015/05/12 23:16 #

    북부에서 소는 주로 무슬림들이 도축을 합니다만 고기를 목적으로 대규모로 사육하는 곳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본문에 언급했듯이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아리안 힌두 문화권이 아닌 지역에서는 잘 먹습니다. 예를 들면, 동북부의 특산물은 돼지고기입니다. 남부의 고아에서 유명한 커리는 돼지고기를 주 원료로 하구요. 다른 지역은 모르겠습니다만 델리, 뭄바이, 뱅갈로르, 꼴까따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쿱짠드'라는 대규모 정육점 프렌차이즈가 있습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뿐만이 아니라 햄과 소시지까지 다 취급합니다.
    말인 즉슨, 이 정육점들에 공급하기 위한 대규모 목축장이 의외로 꽤 존재한다는 얘기겠지요? 물론 한국처럼 동네마다 정육점이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점점 규모가 커지고 매장수가 느는 것을 보면 인도에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먹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 늄늄시아 2015/05/12 23:26 #

    눈을 반짝이며... 에서 상상했어요.

    '쇠고기! 난 먹어본적 없는데 맛있을것 같아! 근데 어떻게 요리해먹지? 궁금궁금!'

    생각하며 초롱초롱하게..ㅎㅎㅎ
  • santalinus 2015/05/13 01:04 #

    진짜 귀엽다니깐요. 토론할땐 상대방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던 것들이 먹는 것 앞에서 천진해지는 모습을 볼 때의 괴리감이란...일종의 '일탈'의 느낌으로 즐기는 친구들도 있는 것 같아요. '우리 부모님은 나 이러고 다니는 거 모르시지롱~' 뭐 이런 느낌;;;
  • 알카시르 2015/05/13 19:07 #

    인도인이 쇠고기를 안 먹는 관습에 대해 옛날부터 의구심을 품었고, <성스러운 암소신화>를 읽고 난 뒤에는 확신을 품게 되었습니다. 혹시 힌두는 비록 소를 숭상하기는 했어도 먹기도 잘 먹었는데, 무슬림이 쳐들어오면서 힌두 정체성을 새삼스레 자각하여 교리와 전통을 확고히 다지는 와중에 쇠고기 금지에 집착하게 된 것 아닐까요?
  • santalinus 2015/05/13 19:50 #

    네. 저도 그렇게 봅니다. 무슬림이 들어올 당시의 힌두는 종교의 개념보단 지역의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쇠고기 금지에 집착하게 된 건 한참 이후로 생각됩니다.
  • 까진 바다표범 2015/05/18 22:45 #

    버팔로도 어떤 나라들에서는 구분하지 않고 쇠고기로 팔리는데 소는 되고 버팔로는 안된다니요? ㅋㅋ
    (버팔로가 그냥 소고기 보다 퍽퍽하지 않고 맛있긴 합니다 ㅎㅎ 너네 소고기 맛있다고 해 주세요 ㅎㅎ)
  • santalinus 2015/05/19 00:28 #

    ㅋㅋㅋㅋ 전 그래도 소고기가 더 맛있어욧>_<
  • 알카시르 2015/05/19 13:26 #

    1.소나 물소나 생긴 것이 비슷합니다. 조선은 소 도살을 금지했는데, 물소도 소라 하여 같이 금지당했죠. 그런데 힌두는 예로부터 소만 숭상했지 물소는 천시했나요?
    2.물소를 드셔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쇠고기와 맛이 확연히 다르나요? 설마 쇠고기를 능가하는 환상의 맛인 것은 아닌지...
    3.조선도 물소를 들여온 적이 있는데, 농사일에 써보니 결국 다 죽었다더군요. 잘은 모르겠지만 물소가 소보다 훨씬 약한 것 같은데, 인도에서도 물소를 농사에 쓰나요?
  • santalinus 2015/05/19 13:31 #

    1. 네. 숭상했던 건 암소지 물소는 아니었어요. 물소는 농사할때 써먹기도 하고 그냥 고기로 먹기도 하고 등등등.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요. 신화에는 암소 물소 다 등장하는데 왜 차별했는지는 잘...
    2. 미각이 예민한 분들은 금방 알 수 있어요. 향이랄까 식감이랄까 좀 다르긴 다릅니다. 전 소고기 취향이지만, 물소가 더 맛있다는 친구들도 있구요.
    3. 농사일 때문에 죽은 걸까요 기후에 적응을 못해서 죽은 걸까요? 실은 물소가 사는 지역이 추운 곳이 거의 없잖아요? 조선이 너무 추워서 죽은게 아니었을지.. 인도에서 물소가 소보다 딱히 약하다는 느낌은 못 받았는데...시골 가면 쟁기끄는 물소 흔하게 봅니다.
  • 알카시르 2015/05/19 13:45 #

    힌두가 모든 소를 숭상하는 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니 암소나 흰 소만 숭상한다더군요. 그렇다면 희지 않은 수소를 먹으면 되겠군요? 모디나 힌두 과격파도 수소 도살에는 참견 안 하겠지요.
  • santalinus 2015/05/19 19:35 #

    희지 않은 숫소..를 먹으면 된다는 게 이론적으로는 맞긴 한데요, 실제로는 숫소 먹는 것 갖고도 뭐라고 하는 힌두들 많습니다. 특별히 다른 이유를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만, 수소를 도살하면 결과적으로 암소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뭐라고 하는 걸까요? 혹은 숫소라고 거짓말하고 암소를 죽일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건지도.
    저도 숫소 도살에도 반대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네요.....
  • 엘레봉 2015/05/20 15:26 #

    지역마다 다 다릅니다. 저도 현재 인도 거주중인데요,
    어떤 지역에선 흰 소만 먹는다는 교리를 가진 힌두인들도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믿는 힌두교도의 신들이 어마어마 하기 때문에, 각 신들마다 교리가 다르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흰 소를 숭상시 한다고 하지만, 반대로 흰 소 잡아먹고 부려먹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진짜 인도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대로 다르기에, 규정짓기 힘들더라구요.
    물론 가장 많은 수의 사람들이 가진 문화가 알려진 것은 사실이지만요.

    제가 있는 곳도 나름 시골인데, 물소를 농사에 쓰는 건 못봤습니다. 종일 초원에서 풀뜯고 길에다 똥만 싸더군요.
  • santalinus 2015/05/20 16:08 #

    남쪽에선 안 쓰는군요...역시 인도는 지역마다 그때그때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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