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으로 가는 길목과 물 - 그제 델리는 38도. Hun, Bharat!

요즘 델리는 덥습니다. 낮하고 저녁, 밤은 서늘한데 대낮엔 30도를 넘어갑니다. 그제는 38도를 찍었네요. 이러다가 4월 중순을 찍으면 그냥 한국의 여름 날씨로 변할 겁니다. 더워지니 어쩔 수 없이 물을 많이 쓰게 됩니다. 씻고, 빨고 등등등
부부기숙사로 옮긴 이후 가장 불편해진 것은 바로 물 사정입니다. 

인도 주공;;;아파트에 해당하는 DDA 플랫은 보통 물이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상수도를 통해 아침 한시간, 저녁 한시간 뭐 이런 식으로요. 그 동안에 개인 가정의 물탱크에 물을 채워서 다음 날 다시 물이 나올 때까지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화장실 수도꼭지, 변기, 부엌 수도꼭지,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은 모두 이 '개인 물탱크'에서 나오는 물인 것이죠.  또 이 물탱크는 개개인이 '알아서' 정해진 시간에 펌프를 돌려서 채워야 합니다. 만약 아침에 깜빡 잊고 채워놓지 못했다? 그럼 그냥 다음 물 들어오는 시간까지는 좆되는 거에요. 설사라도 나면 제대로 망하는 겁니다. 근데 이게 시간이 참 그지 같아서...새벽 4시부터 5시, 저녁 4시부터 5시 요딴 식으로 정해져 있는 곳들이 많아요. 직장인들은 대체 무슨 수로 물을 채우라는 거야 씨발놈들 게다가 물탱크에서 물이 넘쳐버리면 펌프가 고장이 날 수 있기 때문에 물탱크가 어느 정도 채워졌다 싶으면 적당히 '알아서' 펌프를 꺼야 합니다. 
이 물탱크는 '법적'으로는 규격이 정해져 있습니다. 즉, 너네 하루에 얼마 이상 쓰지 마! 라고 정부가 국민들에게 지랄하는 강제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는 더 돈을 주고 훨씬 더 큰 규격의 탱크를 사서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만, 원칙적으로는 안되는 거죠. 고급 아파트의 경우는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보통 아파트 관리업체 측에서 각각의 가정 물탱크로 향하는 밸브를 열어 놓습니다. 집주인은 물탱크 채워놓는 것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게다가 개인 물탱크의 규격도 훨씬 큽니다. 정부가 지은 아파트가 아니니, 물탱크 규격은 어마어마 합니다. 즉, 별로 물 떨어질까 걱정 할 일이 없습니다. 
자...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지금 이사 온 부부 기숙사가 저 DDA Flat 과 고급아파트를 혼용한 것처럼 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상수도에서 물이 공급되는 시간은 아침 7시부터 8시,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입니다. 조금 더 오래 나올 때도 있지만 보통은 저렇습니다. 개인 물탱크는 기숙사 측에서 채워놓기 때문에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그 물탱크가 조홀라 작습니다. 이사 온 첫날, 두명이 샤워하고 설거지 한번 하고 화장실 대여섯번 갔더니 완전히 바닥났습니다. 씨발. 게다가 물탱크가 채워지는 방식이 좀 이상합니다. 옆 라인 집들 물탱크가 채워져야 우리 물탱크까지 물이 옵니다.... 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 얘긴 즉슨, 옆집 물탱크가 끝까지 안 채워지면 우리 집 물탱크까지 물이 오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게다가 우리 집 물탱크는 제일 구석탱이에 처박혀 있기 때문에 이 기숙사에서 맨 마지막으로 채워지는 물탱크입니다. 물탱크에 물 다 채워넣는데 거의 일주일 걸렸습니다. 그럼 대체 그 일주일 동안 어케 살았냐구요? 아침 7시부터 8시까지,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나오는 상수도와 직접 연결된 수도꼭지가 하나 있습니다. 부엌 싱크대에 말입니다. 기다란 호스를 사서 연결한 후 그 물로 아침엔 빨래하고 저녁엔 설거지 하고 샤워했습니다. 화장실에 있는 50 리터 짜리 버켓 하나와 15 리터 짜리 버켓 하나, 커다란 빨래 대야를 항상 채워 놓고 말입니다. 즉, 변기를 내리는 데 쓰이는 물과 간간이 손을 씻는 데 들어가는 물 빼고는 모든 물이 들어가는 작업을 그 두 시간 동안 전부 처리했다는 얘기입니다. 처음엔 뭐 이런 그지같은 씨발씨발씨발씨발 !@#$%^&*()졸라 다 쳐죽여버릴테다 이 개 씨발놈들같으니라구! 말도 안되는 불편한 상황이 있나 생각이 들었지만, 적응하니 이젠 견딜 만 합니다. 

조금 바쁘게 움직이긴 해야 합니다. 
아침에 개운할 정도로 빨래를 다 헹굴 수 있으려면 전날 밤에 빨래를 세제에 담궈놓아야 합니다. 아침 6시 반쯤 일어나서 미친 듯이 빨래를 합니다. 남편이 손을 다쳤기 때문에 남편 빨래도 제 몫입니다. 요샌 날이 더워 매일매일 나오는 빨래도 많습니다. ㅜ.ㅜ  
전날 받아놓은 물로 반쯤 헹궈 놓으면 아침 7시. 이제 본격적으로 맘 놓고  헹굴 수 있습니다. 다 행구고 나서 남편더러 빨래를 넣어놓게 한 후 텅텅 빈 버켓을 채워놓습니다. 이러고 나면 아침 8시가 됩니다.

저녁 6시 50분쯤 되면 물을 받아놓은 작은 버켓을 부엌으로 들고 와 돼지꼬리(전기히터)를 담가 놓습니다. 
화장실 콘센트 구멍이 이미 아작 나 있어서 쓸 수가 없습니다. 돼지꼬리 플러그가 꽂힐 만한 콘센트가 멀쩡한 곳은 부엌밖에 없습니다. 암튼간에, 물이 충분히 뜨거워 지려면 시간이 꽤 걸립니다. 찬물을 섞어서 써야 하기 때문에 꽤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7시쯤 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제가 최대한 빨리 걸레와 행주를 빨아야 합니다. 다 빨고 나면 남편이 걸레로 방바닥을 훔칩니다.
 그 동안 저는 전속력으로 샤워를 합니다. 트리트먼트나 컨디셔너는 꿈도 꾸지 않습니다. 헹구는 데 시간 오래 걸리는 건 모두 패스. 
이쯤 되면 벌써 저녁 7시 40분. 버켓을 가득 채워놓고 샤워가 끝나면 옷 입자마자 머리에 그냥 수건 두른 채 부엌 싱크대로 향합니다. 이젠 또 전속력으로 설거지를 해야 합니다. 전날 저녁에 삼겹살이라도 먹으면 죽음입니다. 뜨거운 물도 안 나오는 싱크대에서 돼지기름 씻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암튼간에, 이렇게 설거지를 다 하고 나면 7시 55분 쯤 됩니다. 아아~!!! 이젠 진짜 조급해 집니다. 남편이 바닥을 닦을 때 쓴 걸레를 빨아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친 듯이 빨고 나니 저녁 8시. 이제부턴 땡.
 이젠 받아놓은 물로 다음날 아침까지 버텨야 합니다. 다행히 남편이 샤워할 때 쓰는 물은 얼마 들지 않습니다. 남자들은 적은 물로도 금방 씻더군요. 신기.....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약간은 긴박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오늘 아침엔 둘 다 늦잠을 자서 버켓을 채워놓지 못했습니다. 씨발.....물탱크에 물이 충분히 채워져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ㅜ.ㅜ


덧글

  • 2016/03/27 16:4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3/27 17:0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소년 아 2016/03/27 19:44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홀리고 뭐고ㅠㅠㅠㅠ
  • santalinus 2016/03/27 19:48 #

    홀리를 제대로 즐기면..... 샤워하느라 탱크가 동날 겁니다.... 한두번 씻는다고 다 지워지지 않거든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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