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 단수.

여름으로 가는 길목과 물 - 그제 델리는 38도.


위의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사는 부부기숙사 물 공급 시스템이 좀 뭣같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7시부터 8시까지만 중앙 파이프를 통해 물이 나오고, 나머지는 제한된 용량의 물탱크의 물로만 버텨야 하는 시스템인데, 그 탱크의 물이란 밥 먹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똥싸고 오줌싸고 뒤닦고 샤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 설거지 한번 했더니 다 동 나버린 적 있음 - , 이 물이 공급되는 시간에 미친 듯이 집중적으로 모든 세척 활동을 시작, 전개, 완료해야 합니다. 즉, 변기 물 내리고 엉덩이 닦는 용도의 물과, 간간이 손을 씻는 정도의 물만 그 탱크를 통해 사용할 수 있으며, 샤워나 설거지처럼 물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무조건 요 하루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그런데......그 중앙 파이프가 터졌습니다. 나흘 간 단수 되었단 얘기입니다. 물이 나와야 하는 타임 8번이 중간에 없었다는 얘기가 되죠. 그 동안 어떻게 살았냐 구요? 외식하고, 배달 시켜 먹고, 설거지와 빨래, 바닥청소는 꿈도 못 꾸고, 한통에 30루피 하는 생수(이 동네는 20루피짜리가 없더군요)를 여러 통 사서 그 물로 씻고 씻은 그 물로 변기 내리고 살았습니다. 이렇게 물값으로 몇만원 쓰다보니 너무 아까워서 3일째 아침부턴 그냥 덜쓰고 버텼습니다. 씻지마! 여러 번 싼 후에 내려! 등등등....싱크대에서 음식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화장실이 분뇨냄새로 가득찰 즈음 - 참고로 당시 델리는 42도 - 해서 드디어 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정상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학교 전체에 공급되는 중앙 파이프가 터진 것이었기 때문에, 이 단수 상황은 캠퍼스에 있는 모든 기숙사와 건물이 함께 겪는 것이었습니다. 강의와 행정이 이루어지는 모든 건물 이외에도 교수아파트, 교수 맨션, 모든 학생기숙사(19개), 직원 기숙사가 함께 이 상황을 겪었다는 얘기입니다. 학교 앞동네에 물을 주문하러 갔더니 이미 교수맨션으로 몇천통씩 배달해서 물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한참 패닉이 되어서 다른 가게들로 뛰어다니기도 했구요. 제가 사는 부부기숙사는 캠퍼스 맨 끝자락에 위치한 곳입니다. 정문에서 걸어오려면 성인 남성의 걸음으론 45분, 제 걸음으론 50분~55분이 걸리는 곳입니다. 학교에 깔린 파이프에 물이 들어가는 순서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얘긴고 하니, 한 건물의 물탱크가 가득 차고 나면 넘치는 물이 그 옆건물 탱크를 채우고, 그 탱크가 차고 나면 그 다음 건물로 물이 공급되는 방식이란 얘기입니다. 이런 구조상, 캠퍼스 맨 구석탱이에 쳐박혀 있는 제가 사는 기숙사는 물이 맨 마지막으로 공급됩니다. 그리고 이 기숙사 안에서도 맨 구석에 위치한 제 물탱크가 맨 마지막으로 채워집니다. 이 기숙사 이전에 물이 공급되는 건물들의 물탱크가 텅텅 비어 있으면 모두 채워지는 데 시간이 한참 걸리겠죠? 그래서 제  방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한 시간은 7시 50분이었습니다. 꼴랑 10분간 물이 나온 겁니다. 장난해! 장난하냐고 지금!!!! 


아.... 살기 참 힘드네요.결국, 물이 정상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어제 저녁부터입니다. 그동안 밀린 빨래 돌리고, 설거지하고 샤워하느라고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인생이란.....

 



덧글

  • Semilla 2016/06/22 23:16 #

    헐... 제목부터 보고 놀랐는데 글을 읽으니 더욱 더 놀랐습니다. 제가 멕시코 살 때도 가끔 단수되었던 기억이 있긴 하지만 나흘은...! 정말 고생하셨네요. 파이프가 앞으로 오래오래 안 터지기를 빕니다.
  • santalinus 2016/06/23 10:58 #

    전 정말 이해가 안되는게....왜 파이프를 하루만에 교체하지 못하는 걸까요??????ㅠ.ㅠ
  • 바탕소리 2016/06/23 00:38 #

    저도 고향 내려갔다가 태풍 때문에 상수도관 묻힌 도로가 산사태가 나서 떠내려가는 바람에 단수를 겪은 적이 있었는데, 주인장님의 경우도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요. ㄷㄷㄷ
  • santalinus 2016/06/23 12:32 #

    그래도 그건 천재지변에 해당하지만 이건 인재라능......ㅠ.ㅠ 공사하다가 터진 거라....
  • 나녹 2016/06/23 03:08 #

    얘기만 들어도 아찔하네요. 거기에 기온, 악취, 흙바닥...고생하셨습니다. 남은 여름 탈 없으시길!
  • santalinus 2016/06/23 12:32 #

    감사합니다! 건강히 돌아가기를!
  • 소년 아 2016/06/23 08:40 #

    …아악, 서울에서도 4일 단수면 힘든데 델리ㅠㅠㅠㅠㅠㅠ 더위ㅠㅠㅠㅠㅠㅠㅠㅠ 고생 많으셨어요ㅠㅠ 이래서 제 친구 가족이 구르가온 아파트를 뜨질 못하는거구나 깨달았습니다ㅠㅠㅠㅠ
  • santalinus 2016/06/23 12:33 #

    구르가온 아파트는....델리에 있는 기숙사에 비하면 천국이죠. 저라도 못 떠나겠습니다.
  • NaChIto LiBrE 2016/06/23 11:04 #

    제가 있는 곳은 항상 38도 정도지만 가뭄이 들어도 아직 물이 끊긴적은 없으니 감사한 삶이로군요. (지하수를 다 뽑아써서 지반이 내려앉고 있다는 소리도 있긴 하지만)

    그나저나 40도가 넘는다는 것은 상상이 되질 않네요..
  • santalinus 2016/06/23 12:34 #

    지금은 그래도 참을 만 한 정도구요, 5월부터 7월 초 까지는 45도 정도입니다.....
  • 날랄 2016/06/23 13:26 #

    ㅠㅠㅠ 고생이십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흑흑
  • santalinus 2016/06/23 13:32 #

    네. 정말 무지무지무지 조심하고 있습니다.ㅠ.ㅠ
  • 레니스 2016/06/23 13:42 #

    허거덩 ㄷㄷㄷ 진짜 날 더운데 고생하셨어요 ㅠㅠ
  • santalinus 2016/06/23 14:36 #

    올해의 악몽은 제발 이것으로 끝이기를 바랄 뿐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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